최근에 장기마다 늙는 속도가 다르다는 연구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혈액 속 단백질을 아주 여러 종류 한꺼번에 재서, 사람 몸을 하나로 보지 않고 장기 단위로 갈라 나이를 매긴 것입니다. 기사 제목만 보면 이제 피 한 번 뽑으면 어디가 빨리 늙는지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읽히는데, 그렇게 읽으시면 곤란합니다. 무엇이 밝혀졌고 무엇은 아직 아닌지를 갈라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연구가 실제로 말한 것

같은 나이여도 몸 안의 나이는 장기마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뇌 쪽이 빨리 가고 어떤 사람은 혈관 쪽이 빨리 갑니다. 한 사람 안에서도 그 차이가 꽤 벌어집니다. 이것이 여러 나라의 대규모 자료에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가 빠른 쪽이 앞으로의 질병이나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함께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러 연구가 비슷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닌 것 세 가지

첫째, 지금 받을 수 있는 검사가 아닙니다. 연구에서 쓴 것은 단백질을 수천 종 한꺼번에 재는 연구용 분석입니다. 건강검진에서 하는 혈액 검사와는 아주 다릅니다. 동네 병원에 가서 해 달라고 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닙니다.
둘째, 관련이 있다는 것과 원인이라는 것은 다릅니다. 어느 장기의 노화가 빠른 사람에게 뒷날 문제가 더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 장기 때문에 그렇게 됐다고 밝힌 것이 아닙니다. 몸 어딘가가 이미 나빠지고 있는 것이 그 장기 수치로 먼저 드러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셋째, 알면 늦출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 없습니다. 어느 장기가 빨리 늙는지 알아냈을 때 무엇을 하면 그 속도가 느려지는지는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맞춤형 관리 시대가 열린다는 말은 결과가 아니라 앞으로의 전망입니다.
기사를 읽을 때 헷갈리기 쉬운 대목
요즘 나오는 기사에 장기마다와 세포마다가 섞여 있습니다. 서로 다른 연구가 최소 둘입니다. 하나는 장기 단위로 나눈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혈액 단백질을 세포가 어디서 나왔는지로 갈라 수십 종 세포의 나이를 잰 것입니다. 둘을 한 연구인 것처럼 읽으면 내용이 어긋납니다.
기사에 붙은 숫자도 원문과 다를 때가 있습니다. 대상 나이가 바뀌어 적히거나, 위험이 몇 배라는 표현이 원문에 없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숫자가 눈에 띄면 그 숫자만 따로 확인해 보십시오.
한의학은 같은 것을 오래전부터 그렇게 봤습니다

사상체질에서는 사람마다 장기의 대소가 체질마다 다르다고 봅니다. 여기서 대소는 크기가 아니라 강약입니다. 어느 장기가 튼튼하고 어느 장기가 먼저 지치는지가 사람마다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배를 열어 보면 간이 크다 작다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람이 무리했을 때 어디부터 신호가 오느냐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적힌 것이 이백 년쯤 전입니다. 그때는 혈액 단백질을 잴 방법이 없었으니 대신 사람을 오래 봤습니다. 방법은 전혀 달랐는데 갈라 놓은 자리가 비슷합니다. 그게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해 두겠습니다. 이 연구가 사상체질을 증명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연구가 하지 않은 말을 대신 하는 것이 됩니다. 다만 한쪽은 단백질로 갈랐고 다른 한쪽은 사람을 오래 지켜보고 갈랐는데 결론이 닮았다는 것입니다. 보는 각도가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 할 수 있는 것

검사를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지난 몇 년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잠을 못 잤거나 일이 몰렸거나 마음이 힘들었을 때, 제일 먼저 무너진 곳이 어디였습니까.
- 소화부터 무너지는 분 — 신경 쓰이는 일만 생기면 체하고 명치가 답답합니다
- 잠부터 무너지는 분 — 몸은 피곤한데 눈이 말똥말똥합니다
- 관절부터 굳는 분 — 무리한 다음 날 허리와 목이 뻣뻣해집니다
- 기운부터 빠지는 분 — 아픈 데는 없는데 오후만 되면 무너집니다
그 순서는 잘 바뀌지 않습니다. 스무 살에 그랬던 분은 예순에도 대개 거기부터 옵니다. 그 자리가 나에게 먼저 지치는 장기 쪽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알고 나면 할 일은 단순해집니다. 남에게 좋았다는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지 않는 것, 좋다는 것을 다 챙기지 않는 것, 약한 쪽을 덜 괴롭히는 것입니다. 무엇을 더 넣을까보다 무엇을 덜 할까가 먼저입니다.
늘 오던 자리가 아닌 곳이 아프거나, 쉬어도 몇 주가 지나도 그대로라면 그건 이 글의 범위가 아닙니다. 그때는 진료를 받아 보셔야 합니다. 스스로 아는 것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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