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을 열어보시라고 하면 대부분 당황하십니다. 체질 보러 왔는데 왜 옷장이냐고요.
지난주에 세 분께 같은 질문을 드렸습니다. 오늘 입고 오신 옷, 사는 데 얼마나 걸리셨냐고요. 첫 번째 분은 40분, 두 번째 분은 3분, 세 번째 분은 3주라고 하셨습니다. 같은 티셔츠 한 장 이야기였고 가격도 비슷했습니다.
40분 걸린 분은 매장 세 군데를 도셨습니다. 3분 걸린 분은 지나가다 창문 너머로 보고 들어가 바로 계산하셨고요. 3주 걸린 분은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매일 들여다보셨다고 했습니다. 세 분은 다른 체질이었습니다.
왜 하필 옷인가

이유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옷은 매일 반복되는 결정입니다. 한 해에 수백 번 하는 선택이에요. 이렇게 자주 반복되는 일에는 성향이 숨을 자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옷은 남에게 보이는 결정입니다. 내가 무엇을 편해하는지와, 남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가 한꺼번에 걸립니다. 한 번에 둘 다 드러나는 행동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태음인은 사던 것을 삽니다

같은 브랜드, 같은 사이즈, 색만 바꿔서 사십니다. 옷장을 열면 비슷한 옷이 여러 벌 걸려 있습니다. 검정 티셔츠가 다섯 장 있는 식이에요. 본인은 다 다른 옷이라고 하시는데 옆에서 보면 구분이 잘 안 됩니다.
한번 자리 잡은 스타일이 십 년을 갑니다. 유행에 늦게 들어가고 늦게 나오십니다. 매장에서는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살 것을 정하고 가시거든요. 다만 새로운 스타일을 권하면 반응이 늦습니다. 싫다고 말하지 않고 다음에 보자고 하십니다.
기준은 편안함입니다. 몸에 닿는 느낌이 어색하면 아무리 예뻐도 안 사십니다.
쉰 살 남자분이 계십니다. 십오 년째 같은 브랜드 등산복만 사세요. 왜 그 브랜드냐고 여쭤보니 딱히 이유는 없고 처음 산 게 편했다고 하시더군요. 십오 년 전에 한 번 내린 판단을 아직 쓰고 계신 겁니다. 다른 걸 사면 또 맞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냐고 덧붙이셨는데, 그 과정 자체를 피하고 싶으신 거였습니다.
소양인은 눈에 들어온 것을 집습니다

3분이라고 답하신 분이 소양인이었습니다. 매장에 들어가 눈에 들어온 것을 바로 집으셨다고 해요. 입어보지도 않고요.
시야에 먼저 들어오는 것부터 보십니다. 색이 강하거나 형태가 특이한 옷이요. 매대를 훑는 속도가 다릅니다.
결정이 빠른 만큼 옷장에 안 입는 옷이 쌓입니다. 태그를 안 뗀 옷이 나오는 분들은 대부분 이쪽입니다. 살 때는 확신이 있었는데 두 번 입고 나면 흥미가 식습니다. 새로운 스타일도 제일 먼저 시도하고 제일 먼저 질리십니다.
작년에 옷장 정리를 하셨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태그를 안 뗀 옷이 열한 벌 나왔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를 하시면서 웃으셨습니다. 후회하는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달에 또 사실 분이라는 게 그 웃음에 보였습니다. 실수를 인정하는 속도도 빠르고, 같은 실수를 다시 하는 속도도 빠릅니다.
소음인은 실패할 이유를 먼저 찾습니다

3주 걸렸다고 하신 분입니다. 온라인으로 보고, 매장에서 실물을 확인하고, 집에 와서 이틀 더 보다가 사셨다고 했습니다.
사기 전에 확인할 것이 많으십니다. 소재가 무엇인지, 세탁은 어떻게 하는지, 이 사이즈가 맞는지. 후기를 끝까지 읽으십니다. 사고 나서도 끝이 아니에요. 잘 산 것이 맞나 며칠 더 생각하시고, 반품 기한을 다 채우고 나서야 마음이 놓입니다.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잘못 골랐다는 사실이 불편한 겁니다. 그래서 색이 무난해집니다. 검정, 회색, 네이비. 튀는 옷은 시선을 끌고, 시선은 부담이거든요. 대신 옷장이 정갈합니다. 옷은 적은데 다 입으시고 버릴 옷이 별로 없습니다.
그분께 후기를 몇 개나 읽으셨냐고 여쭤봤습니다. 세어보진 않았는데 별점 낮은 것부터 읽는다고 하셨어요. 좋은 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이유를 먼저 찾는 방식입니다. 느린 것이 아니라 확인할 것이 많은 것인데, 이 차이를 주변에서 잘 모릅니다.
태양인은 워낙 드물어 짧게만 말씀드립니다. 옷에 관심이 거의 없거나,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준으로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옷만 보면 틀립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는 저거네 하셨다면 잠깐 멈춰주세요.
직업이 옷을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일 정장 입는 분께 옷장을 물으면 비슷한 정장뿐이에요. 이것이 태음인의 반복인지 회사 규정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배우자가 사주는 경우도 그렇고, 경제 사정도 걸립니다. 여유가 없으면 누구나 신중해집니다. 그게 소음인의 신중함은 아닙니다.
그래서 봐야 하는 것은 옷이 아니라 고르는 과정입니다. 같은 정장을 사더라도 어떤 분은 3분 만에 고르고 어떤 분은 세 군데를 돌아봅니다. 같은 검정 티셔츠를 사도 어떤 분은 편해서 사고 어떤 분은 실패 확률이 낮아서 삽니다. 결과물이 아니라 그 앞의 몇 분을 보시면 됩니다.
온라인이라면 장바구니를 보세요

담고 바로 결제하는 분이 있습니다. 담아두고 며칠 묵히는 분이 있고요. 담았다는 사실도 잊고 있다가 한참 뒤에 발견하는 분도 있습니다.
세 번째가 태음인 쪽입니다. 사야겠다고 마음먹기까지가 오래 걸리는데, 대신 한번 정하면 그다음부터는 고민을 안 하십니다. 담아두고 매일 들여다보는 분은 소음인 쪽이에요. 결제 버튼 앞에서 멈추는 시간이 제일 깁니다.
아이 옷을 사줄 때는 더 잘 드러납니다. 내 옷은 남 눈치를 보지만 아이 옷은 그냥 내 기준대로 고르거든요. 몇 년째 같은 브랜드에서 사이즈만 올려 사시는지, 예쁘다 싶으면 바로 집어 오시는지, 소재와 세탁 표시부터 확인하시는지.
다음에 옷 사실 때 세어볼 세 가지
매장에 들어가 첫 옷을 집기까지 몇 초 걸리는지. 살까 말까 고민한 시간이 얼마인지. 사고 나서 후회했는지 안 했는지.
이 세 가지가 40분과 3분과 3주를 갈라놓은 지점입니다.
옷장에서도 세 가지를 세어보실 수 있습니다. 거의 똑같이 생긴 옷이 몇 벌인지, 태그를 안 뗀 옷이 몇 벌인지, 산 지 삼 년 넘은 옷이 몇 퍼센트인지.
다만 한 번으로 결론 내지는 마세요. 이건 열 개 중 하나입니다. 장면이 쌓여야 방향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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