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을 궁금해하는 분들은 대개 답을 이미 들고 계십니다. 인터넷 자가진단을 몇 번 돌려 보고, 주변에서 듣고, 그렇게 정한 답이 맞는지 확인받고 싶어 하시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답이 정반대인 경우가 꽤 있습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대신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적어 보겠습니다.
답을 먼저 정하면 증거만 눈에 들어옵니다
답을 정해 놓고 나면 그 답에 맞는 것만 보이고, 안 맞는 것은 예외로 넘기게 됩니다. 나는 이 체질인데 오늘은 좀 다르네, 이런 식으로요.
체질은 반대 순서로 가야 합니다. 답을 비워 놓고 생활에서 반복되는 장면을 먼저 모읍니다. 그 장면들이 한쪽으로 쏠릴 때 이름을 붙입니다. 순서가 뒤집히면 결과도 뒤집힙니다.
겉모습은 쉽게 지워지는 흔적입니다

체질은 몸속 기능의 균형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를 말합니다. 겉모습은 그 기울기가 남긴 흔적 하나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 흔적은 쉽게 지워집니다. 십 년 운동한 사람과 십 년 앉아만 있던 사람은 체형이 다릅니다. 같은 체질이어도 그렇습니다. 직업이 바꿔 놓기도 하고 나이가 바꿔 놓기도 합니다. 스무 살 때의 몸이 마흔에 그대로 남아 있는 분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 체질은 그대로입니다.
체질마다 붙어 있는 오해

덩치가 크고 느긋하면 태음인이라고들 합니다. 그런데 마른 태음인이 상당히 많습니다. 태음인을 태음인이게 하는 것은 체격이 아니라, 한번 붙잡으면 잘 놓지 않는 쪽입니다. 화가 나면 목소리가 커지는 대신 말수가 줄어드는 분들이지요.
어깨가 벌어지고 목소리가 크면 소양인이라는 것도 널리 퍼진 오해입니다. 조용한 소양인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기준은 겉으로 시끄러운가가 아니라, 남의 일에 먼저 나서는가 쪽에 있습니다. 시작은 누구보다 빠른데 마무리 즈음에 힘이 빠지는 것도 자주 보는 모습입니다.
마르고 조용하면 소음인이라는 말도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립니다. 밖에서는 두 시간 내내 웃고 떠들다가 퇴근하면 아무와도 말을 섞지 않는 분들이 계십니다. 밖에서 쓴 기운을 혼자 있는 시간으로만 채우는 쪽이지요. 계획이 틀어질 때 어떻게 하시는지를 보면 더 잘 드러납니다.
자가진단에서 유독 한쪽이 많이 나오는 이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체질은 태음인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인터넷 자가진단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답은 소양인입니다.
문항이 대부분 겉으로 보이는 행동을 묻기 때문입니다. 활발한가, 말이 많은가, 적극적인가. 이런 걸 물으면 누구나 자기가 좋아 보이는 쪽으로 답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를 객관적으로 못 봅니다. 스스로 외향적이라 여기던 분이 주변에서는 조용한 사람으로 통하는 일이 흔합니다. 자가진단은 그 어긋남을 그대로 통과시켜 버립니다.
체질에는 좋고 나쁨이 없습니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느냐만 있습니다.
세 가지 장면만 적어 보세요

지금 알고 계신 본인 체질을 삼 주만 잊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그동안 이 세 가지만 적어 두세요.
- 옷을 고를 때 몇 초가 걸리는지
- 화가 났을 때 목소리가 커지는지, 조용해지는지
- 계획이 틀어졌을 때 그 자리에서 바꾸는지, 원래 계획을 붙들고 버티는지
머릿속으로만 하지 마시고 휴대폰 메모장에 한 줄씩 적어 두세요. 나중에 몰아서 떠올리면 기억이 자기 편한 대로 각색됩니다.
흔히 하는 실수가 하나 있습니다. 컨디션 좋은 날의 나만 적는 것입니다. 여유 있을 때의 우리는 누구나 비슷해집니다. 체질은 피곤하고 급하고 화날 때 나옵니다.
그다음엔 가족 한 분, 직장 동료 한 분, 오래된 친구 한 분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지. 본인 답과 다르게 나온다면 그 차이 자체가 단서입니다.
체질은 진단이 아니라 거울입니다
이제마 선생이 사람을 넷으로 나눈 뜻은 음식을 가려 먹이려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 있는지 알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체질을 안다는 건 나를 어떤 상자에 집어넣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어디로 기울어 있고 그래서 어디서 반복해 넘어지는지를 아는 일이에요. 여기까지 오면 체질은 진단이 아니라 거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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